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경

 

일본에 산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예전의 그것들과는 사뭇 다들 정도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모두가 알듯이 섬나라인 일본은 대륙판과 판이 바뀌는 자리에 위치한지라 지질학적으로도 지진이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이번의 지진은 일본인들조차도 이런 지진을 처음이야.. 라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로 강력한 지진이었습니다.

 

그리고 3분뒤 ..

강력한 지진에 이어 최대 파도 높이가 23m쯤은 되었을 것이라는 거대한 쓰나미 발생 !

 

단 10분 여 동안 발생한 일로 인해 통신장애, 교통두절, 여진 그리고 대피....

말 그대로 대 혼란의 시간이 왔습니다.

 

만삭의 아내가 혼자서 12층의 아파트에 있는데..

통신이 안 됩니다.

전철 운행 중단으로 인해 걸음으로 회사에서 집까지 약 4시간 반을 걸어서 도착한 순간.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고 여기저기 살림들이 바닦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마치 도둑이 들어서 휘집어 놓은 그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만삭의 아내가 걱정되어 이웃집에 가보니 다행이 안정을 취하고 있던 아내를 만났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큰 지진이 발생 후 1주일.

크고 작은 여진으로 인해 멀미 증상까지 나오고..

이제 tv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대한 기사가 연일 나옵니다.

안전하다.. 아직은 안전하다..

단순한 폭발이다.

방사능 유출은 없다..

20km 반경의 주민들은 대피해라..

점점 뉴스의 심각도가 깊어지고..

슈퍼에서는 사람들이 물건들은 조심스럽게 하나 둘 씩 사재기를 합니다.

 

뒤늣게 임신 막달인 아내를 좀 더 일찍 한국에 들여 보내지 않은게 후회됩니다.

 

3월 26일.

한국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많이 겁나고 조마조마했을 와이프를 그나마 고향집에 두고 올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혼자 벌걸을음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다시 돌아온 일본집.

모든게 예전같지만은 않습니다.

샤워하면서 마치 여진이 있는 것처럼 착각도 들고... 속모를 일본 사람들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평소처럼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침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제 저도 남아 있는 일본 생활에 대해 정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원대한 꿈을 꾸고 온 이 나라는 아니었지만 따스했던 햇살이 더 이상 예전의 그 느낌으로만 전해질 것 같지가 않아 자신이 없어집니다.

 

이방인으로서 타국에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인생의 큰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힘내라라고 이 땅에 남아 있는 모두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がんば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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